‘Conducting Clinical Research’의 저자 Judy Stone은 ‘왜 연구를 하는가’ 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아래 그 이유를 몇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로, 연구업적을 쌓고 교수가 되어 더 큰 명예를 얻고 편하게 편안히 살 수 있어서. 둘째로, 내가 멋져보이는 연구자들의 이너써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 셋째로, 자아의 실현으로 무언가를 계속 증명하고 성취하는 일종의 알레고리. 마지막으로 환자를 돕는 또 다른 형태의 이타적 방법으로 과학, 의학 발전에 공헌하는 것.
사실 이책 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은 대학원 또는 전공의 수련과정 중에 졸업요건을 갖추기 위하여 논문이라는 것을 처음 써보려고 하거나 아직 경력이 길지 않아서 이제 막 자신만의 체계를 갖추려고 하면서 여러 참고문헌을 찾아보는 부류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앞서 저자가 소개한 왜 연구를 하는가? 라는 질문은 다소간에 사치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걸 해야 졸업이 된다는데 그것보다 더 강력하고 직접적인 동기가 어디있겠는가? 그러나 이제 막 진지하게 연구를 해보려는 이들은 한번쯤은 그러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그랬고,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시시각각 변하는 법이고, 또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이라는 것도 자신의 마음과 상관없이 계속 흘러가는 것이니 그 이유 또한 시간에 따라 계속 달라질 것이다.
처음 연구라는 것을 해보고 논문이라는 것을 썼던 것은 다른 사람들처럼 나 또한 전공의 수련기간 중이었다. 당시 어떤 사고를 경험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였고 이들을 상대로 신경인지기능검사를 하는 것이 연구의 첫 출발이었다. 물론 이 분야에서 이런 주제의 연구는 이미 흔한 것이었지만 연구에 참여한 대상 집단이 동일한 사건에 노출된 동일한 성별에 동일한 나이라는 점이 차별점이었다. 전공의 시절 처음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냈던 것도 기억이 생생하다. 만성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들이 복용하는 항정신병약물이 체내의 프로락틴 수치를 높이게 되는데 이것이 골대사에 영향을 미쳐서 골다공증을 유발한다는 보고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조현병 환자들은 특유의 음성증상으로 인하여 움직임이 적고 햇빛에 노출이 잘되지 않아서 골다공증이 많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요인들에 대해서 영상학적 그리고 생화학적 표지자를 동시에 평가하여 연구하는 것이었는데 처음 호기롭게 제출했던 학술지에서 여지없이 개재거절을 당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던 연구였다. 지금은 이래저래 시간이 흘러 그간 여러 연구를 해보고 또 논문을 썼는데, 지금와서 그때의 논문들을 다시 보면 어떻게 이런 것을 논문이라고 썼는가 싶어서 얼굴이 화끈거리기만 한다.
‘Multivariable Analysis’라는 통계분야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Mitchell H. Katz’ 는 그의 저서 ‘Study Design and Statistical Analysis’ 에서 ‘좋은 연구는 좋은 연구 디자인에서 나온다’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초보연구자는 “어떤 데이터가 있는데 아직 논문화가 안되었으니 이런저런 주제로 한번 논문을 써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연구 경력의 첫 출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잠시 연구실에 왔다가 떠나는 전공의나 학생 입장에서 본인이 직접 본인의 아이디어로 연구비를 따내고 자신이 설계한 연구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니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주제에 대해서 깊이 공부하고 잘 알면 알수록 연구주제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대략 어느 정도 가치의 논문이고 어떤 결과가 나오면 대략 어느 정도 수준의 학술지에 개재 할 수 있을지가 이미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데이터를 잘 조물딱 거리고 썰을 잘 풀어서? 좋은 논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시각에서 이미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냐에 따라서 그 연구의 향방이 결정되어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좋은 가설이 좋은 연구를 만든다’라는 평범한 문장이 정말 절대적으로 옳은 말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가끔 열심히 연구를 수행하고 분석결과를 만들어놓고서도 어떻게 서론을 적어야할지 또 고찰을 적어야할지 헤매는 학생들을 보곤한다. 이런 경우 제아무리 문헌고찰을 열심히 하고 논문을 적더라도, 그러한 가설을 수행하기 위해 고안된 연구가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후향적으로 (하지만 서술하기에는 마치 처음부터 그것이 기획되었던 것처럼)적은 논문은, 결국 그 분야의 대가들인 리뷰어가 보기에는 이런저런 약점이 보이게 마련일 것이다. 아마 내가 처음 썼던 논문들을 다시 보며 느꼈던 미흡함도 다 그런 이유일 것이다.
요즈음에서야 느끼는 것이지만 논문을 쓰는 것도 결국은 하나의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한편의 시나 수필을 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고 그 주장의 근거가 나의 경험이냐 직관이냐 또는 수집한 자료를 통해 도출한 것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란 생각이다. 그러니 결국은 남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이들이 논문을 쓰는 것에도 좀 더 편하고 친숙할 것 같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구해본 수많은 관련 도서 중에서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간결하게 어떻게 논문을 써야할지에 대해 잘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자 학술지의 에디터로서 쓴 책이라서 단순한 저자 입장뿐 아니라 리뷰어나 에디터의 입장에서 본인의 연구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입체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매우 얇은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그 어떤 책보다도 추천할만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부디 이 책이 이제 막 연구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논문을 잘 쓸수 있을까? 고민하는 수많은 연구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마지막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권준수 교수님과 윤제연, 전명욱, 김민아, 임경옥 선생님 그리고 군자출판사의 변연주씨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
2015년 4월
역자 이태영
Contents
저자 소개, v
제5판의 머리말, viii
제4판의 머리말, ix
추천사, x
역자의 머리말, xiii
제1장 과학 논문의 구조 1
조지 M. 홀
제2장 서론 6
리차드 스미스
제3장 연구 방법 17
고든 B. 드러몬드
제4장 연구결과 23
찰스 W. 호그
제5장 고찰 30
조지 M. 홀
제6장 제목, 초록, 그리고 저자 34
케빈 W. 에바
제7장 누가 저자가 되어야 하는가? 43
리차드 호튼
제8장 참고문헌 48
사이몬 하웰 / 리즈 넬리
제9장 전자투고 58
마이클 윌리스
제10장 오픈액세스 64
마크 웨어
제11장 서신 쓰는 방법 71
마이클 도허티
제12장 학술대회를 위한 초록을 준비하는 방법 78
로버트 N. 알렌
제13장 사례보고 쓰는 법 83
마틴 닐 로소
제14장 리뷰 논문 쓰는 법 89
폴 글래스지오우
제15장 서평 쓰는 방법 98
마크 W. 데이비스/ 루크 A. 자딘
제16장 리뷰어의 역할 102
돔널 맥얼리
제17장 에디터의 역할 115
제니퍼 M. 헌터
제18장 출판사의 업무 124
가빈 샤록 / 엘리자베스 웨렌
제19장 스타일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132
샤론 렝
제20장 출판의 윤리 140
크리스 그라프 / 엘리사 윌슨
구분 | 13시 이전 | 13시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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