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거창한 임상의 치료기술을 소개하는 책도 아니고 한 명의 젊은 한의사가 임상에서 경험하고 있는 여러 질환에 대한 기록입니다. 한의사에게 한의원은 절대적인 생활공간으로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일은 삶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필이 개인의 삶과 생각을 표현하듯 이 책은 한 사람의 한의사가 침과 약의 한정된 방법을 가지고 여러 질환을 상대하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연구, 각성, 좌절 등을 기록한 일기입니다.
필자는 원래 무신경하고 둔하고 게으르고 놀기를 좋아하는지라 결혼 전까지는 삶의 목표 같은 것은 전혀 없었고 어찌어찌해서 학교를 졸업하고 학교에 잠시 있다가 대만갔다 돌아와서 개업을 하는 등 대학원 석사과정을 제외하고는 매우 평화롭고 나태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박사학위과정을 시작하려는 순간, 갑자기 지도교수님께서 필리핀으로 가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궁금하다는 생각으로 의대 쪽으로 박사과정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지원한 곳이 방사선종양학과였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졸업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수업, 교수님 및 스텝들의 대화 중에 나오는 용어의 태반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문맹이었으며 낯선 곳에서 있으려니 보릿자루 신세가 되는 것 같아 너무 속이 상해서 손에 잡히는 책들은 모두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시작된 수많은 논문읽기숙제, 임상평가, 근거제시 등등 일련의 과정은 제게 상당한 고통을 요구하였으며 실험실패, 시험, 논문작성 등은 더없이 좋은 훈련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중 매우 절친한 후배가 악성뇌종양GBM을 앓게 되어 전도유망한 젊은이가 그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을 보면서 그 때까지만 해도 느낄 수 없었던 종양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고 필자는 하찮은 실력으로 절대절명의 상태에 있는 후배를 위해서 퇴로없이 싸워야만 했습니다. 현재까지 그 후배는 생존해 있지만 당시 필자의 실력으로는 항암치료에 따라 여기저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도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의학이 중증질환에 개입하여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지만 생명을 다루는 일에 추상적인 이론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을 골수에 새길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론상의 이론은 거기에서 끝이 나는 것을 깨닫고 근거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여러 질환에 대해 중국, 일본, 한국 등의 각종 서적, 논문을 읽고 검토했지만 임상의학적인 근거EBM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비록 한의학이 글로 남겨져 있는 역사적인 근거는 매우 많고 구하기가 쉬웠으나 중국은 한자로 되어 있고 구체적인 사항이 없어서 설득력이 부족하고, 일본은 약의 용량, 복용기간, 편견 때문에 제시하기가 어려워 결국에는 타인의 것을 필사한 것이 아닌 독자적인 치험증례집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즉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젊은 한의사가 경험한 사소한 증례모음이지만 임상적 증거가 필요한 현재 한의계 상황에서 한의학 동도同徒 및 한방연구가 분들께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고 스스로 공부하고픈 마음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막상 출판을 하겠다고 결정한 순간에는 욕심이 생겨 일본의 임상대가인 大塚敬節, 矢數格, 矢數道明 선생들처럼 명작을 만들어보려고 하였으나 임상경험과 학문적 깊이에서 그분들을 능가할 수는 없었습니다.
필자의 한방임상에 특효방, 특효약은 없으며 참고문헌에서 알 수 있듯이 동의보감東醫寶鑑, 사상의학四象醫學 등의 한의학韓醫學, 의부전록醫部全錄, 의종금감醫宗金鑑, 만병의약고문萬病醫藥顧問, 의학충중참서록醫學衷中參西錄 등의 중의학中醫學, 일관당一貫堂, 온지당溫知堂 등의 일본 한방의학漢方醫學, 중서의회통中西醫匯通의 이정육선생의학, 중서의결합中西醫結合의 현대 중의학中醫學 등을 손 가는 대로 참고하고 있습니다. 학문이 일천하기에 어느 것이 가장 이상적인지는 아직은 판단하기 어려우나 환자 및 의료사회의 상황에 따라 하나의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수단을 총동원하려고 합니다. 심산유곡의 어디가 최저부인지는 아직도 탐색중입니다.
부족한 내용의 졸저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를 부탁드리며 장래에는 진일보한 한방임상서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비록 미흡한 내용이지만 지금도 밤을 세워가며 진력분투하고 있을 한의학 및 의학 동도同徒들께 작은 참고라도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저자 머리말 중에서>
구분 | 13시 이전 | 13시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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