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정신세계라는 것은 바다와 같다. 사람의 심리에 호기심을 가지고 심리 유형 테스트를 좋아하던 시절에는 참 재미있는 분야로 느껴졌지만, 그것이 전공이 되고, 심지어 치료를 해내야 하는 상황에 와서는 바닷가에서 바라보던 아름다움보다 바다 속에 뛰어들었을 때의 어려움을 느끼곤 했다.
그러던 중 만난 인지치료는 바다를 항해하기 위한 나침반과 같은 느낌이었다. 막연하고 장기적이며 끝이 없을 듯한 면담이 아니라 정해진 틀이 있고, 기간이 있고, 특히 핵심신념에 다가가는 지도가 있었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더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은 바다 너머엔 또 다른 대양이 있음을 알지만, 첫 항해를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인지치료는 좋은 길잡이이자 훈련이 되어 줄 것이다. 이는 자신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환자 또는 내담자 본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의료, 특히 한국의료는 속도가 중요시 되며, 종합병원들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기간이 여러 제도로 인하여 점차 짧아지고 있다. 주어진 시간에 약물을 맞추거나, 응급상황을 넘기거나, 금단증상을 완화하는 것 등은 가능하겠으나, 이것이 불안을 감소시켜줄 수는 있어도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을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재발의 방지,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는 질환을 일으키는 비기능적인 사고를 아는 것(이는 병식과도 연결된다), 그리고 그 생각을 다루는 요령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기능적 사고의 치료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통찰의 시작점이라도 입원기간에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을까?
그러던 중 이 CBT toolbox(인지치료 도구상자)를 만나게 되었다. 우울, 불안, 분노, 중독과 같은 핵심 분야들이 한 챕터로 정리 되어있고, 필요한 도구를 골라 쓸 수 있다는 것에서 반가움을 느꼈고, 성과, 자존감, 스트레스 관리, 까다로운 사람 대하기, 의사소통하기 등 요즘 사람들이 필요로 분야에 인지치료적 요소를 접목한 것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전공의들과 북리딩을 하며 환자분들께 직접 제공해보자는 생각으로 번역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번역된 자료를 가지고 면담을 시작하였을 때 환자들의 이해도와 만족도가 높고 전공의들도 면담에 자신감을 얻는 모습이었다. 이 책은 특히 다양한 시각 자료를 활용하여 인지치료를 보다 쉽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 책의 원저자 Jeff Riggenbach 박사의 서문에 쓰여 있듯, 보다 많은 사람, 즉 심리 상담 전문가부터 지역사회 센터, 사회복지기관, 대학상담센터 등에서 일하시는 분들, 나아가 자기 자신의 가장 좋은 치료자가 되어야 하는 환자 본인에 이르기 까지 널리 활용할 만한 책이다.
물론 인지치료의 정수를 느끼려면 추천되는 인지치료 회기 횟수를 마치고, 전문가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이 ‘도구상자형’ 인지치료가 유용한 순간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환자, 내담자 또는 내가 돕고 싶은 대상자에게 주어진 시간에 무언가를 해주고 싶을 때, 대상자가 긴 집중을 어려워하거나 지구력이 부족할 때, 인지치료의 세계를 소개하고 싶을 때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출판까지 감사할 분들이 많다. 먼저 이 책을 소개해 주신 분이자 전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으로, 현재는 자신의 클리닉에서 환자를 돕고 계신 지혜의 숲 정신건강의학과 송후림 선생님께 감사 드린다. 발을 맞추어 걸어주는 동료이며 환자진료에 늘 진심이신 명지병원 김현수, 홍민하, 장진구, 한창우, 이승훈 교수님께 감사 드린다. 그리고 전공의 시절, 공황장애 인지치료를 맡겨 이 치료법을 처음 알게 해주신 세브란스병원 김세주 교수님, 정신증에도 인지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는 프론티어의 정신을 가지고, ‘정신증 고위험군을 위한 GRAPE 인지치료’라는 책 한 권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경험을 주신 세브란스병원 안석균 교수님께 감사 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출판과정을 도와주신 군자출판사 임경수 과장님, 김수진, 강미연 편집자님께 감사 드린다.
무엇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 내용을 책으로 출판하는데 동의하고 바쁜 와중에도 어려운 번역 과정에 참여하며 환자들에게 적용해온 명지병원 전공의 최휘영, 김숙진, 한서윤, 전종욱, 민석준, 이유진이라 할 수 있으며 의국원들에게 본 출판의 공을 돌린다.
2022년 8월,
동료저자를 대표하여 이수영 드림
서문
머리말
이 책을 사용하는 방법
1부: 기본 원칙, 핵심 지식, 새로운 경향
1. 인지행동치료의 기초(CBT 101)
2. 인지 개념화
3. 목표 설정하기
4. 수용, 마음챙김, 동기 강화 상담 및 기타 새로운 경향
2부: 임상 문제에 대한 인지행동치료
5. 우울
6. 불안
7. 분노
8. 중독성 행동과 나쁜 습관들
9. 회복탄력성과 재발 방지
3부: 다양한 상황에 대한 인지행동치료 적용
10. 시간 관리
11. 성과와 자존감
12. 스트레스 관리
13. 까다로운 사람 상대하기
14. 믿음에 기초한 의사소통
참고문헌
구분 | 13시 이전 | 13시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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